형법 개정안(국기 손괴죄 신설)에 대한 헌법적·역사적 비판과 제언
제1항 – 역사적 정통성의 부재
소위 일장기는 정당한 국가적 절차를 거쳐 제정된 것이 아니라, 에도 말기의 개국 협상 과정에서 페리 제독의 압력에 의해 단순히 상선용 깃발로 채택되었을 뿐이다. 이후 메이지 정부가 발표한 태정관 포고 역시 상선을 규율하기 위한 행정 명령에 불과했으며, 국민적 동의나 입법적 정당성이 없는 상태에서 상징을 강요한 것이다.
제2항 – 법제도적 결함
전후 일본에서 국기가 법률로 정해진 것은 1999년 제정된 국기·국가법이 처음이지만, 국민투표 등 민주적 절차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 이 법은 국가 상징을 신격화하기 위한 정치적 장치에 가깝고, 국민 의사가 반영된 민주적 입법 행위라고 볼 수 없다.
제3항 – 표현의 자유와의 헌법적 충돌
일장기의 역사적 배경을 고려할 때, 이를 자긍심이 아닌 굴욕의 산물로 받아들이는 시민도 존재한다. 따라서 국기를 부정적으로 다루는 표현은 정당한 정치적 의견 표명이다. 형법 개정안(94조의2)은 국가를 신성불가침한 존재로 보는 비헌법적 전제를 바탕으로 하며, 명백한 위헌 입법에 해당한다.
제4항 – 상징 규제를 형벌로 다루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된다
국가 상징을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삼는 입법은 시민의 자유로운 정치적 비판을 억제하고 민주주의의 건전한 기능을 훼손한다. 상징에 대한 자유로운 표현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사상·표현의 자유는 사실상 공허해진다.
제5항 – 긴급사태 조항 도입을 위한 정치적 우회 장치로 기능할 위험
긴급사태 조항 신설은 강한 국민적 반발 속에서 추진되고 있다. 본 개정안은 국가권력에 의한 표현 통제를 단계적으로 정당화하여, 최종적으로 헌법 개정을 용이하게 만드는 사전 포석으로 작동할 가능성이 있다. 즉, 헌법 절차 없이 국가 통제를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상징 규제가 먼저 추진되는 것이다.
제언 – 명시되어야 할 것은 ‘상징에 대한 표현의 자유’이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국기·국가와 같은 상징은 시민의 비판·풍자·거부의 대상이 될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헌법에는 ‘국가 상징을 어떻게 다루더라도 형사 처벌할 수 없다’는 내용을 명시하여, 국가에 의한 상징 지배를 제도적으로 배제할 필요가 있다.
헌법 개정 조문(안)
제21조의2 – 상징적 표현의 자유
국민은 정치적 의견의 표명으로서 국기, 국가 및 기타 국가의 상징에 대하여 변경, 훼손, 거부, 부정 또는 사용을 할 자유를 가진다.
국가 상징에 대한 행위가 사상·신념 또는 정치적 의견의 표현으로 이루어진 경우, 이에 대하여 형사적 또는 행정적 제재를 부과하여서는 아니 된다.
제98조의2 – 긴급사태 조항의 금지
일본국은 헌법의 정지 또는 일시 정지, 혹은 그와 동일한 효력을 발생시키는 긴급사태 조항이나 이에 준하는 제도를 헌법 또는 법률에 규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국회와 내각은 긴급사태를 이유로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을 제한하거나, 헌법 질서를 일시적으로 정지시키는 입법, 명령 또는 조치를 제정하거나 발할 수 없다.